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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례적 흥행 돌풍을 일으킨 재일 한국인 이상일(51) 감독의 영화 ‘국보’가 19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일본 대표작으로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국보’는 가부키 명문가로 입양된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그의 라이벌인 가부키 명문 가문 도련님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가 가부키 국보(인간 문화재)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분투하는 50여 년의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원작자 요시다 슈이치가 3년간 가부키 분장실을 직접 드나들며 체험한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 감독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예술가란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진흙탕 속에 뛰어드는 존재”라며 “키쿠오가 혈통의 굴레에 묶여 있으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해방되는 과정에서, 예술적 집착이 어떻게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지를 보여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연출철학으로 ‘영화는 인간이 인간을 보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가부키 무대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을 담기 위해 연출적 시도를 더했다. 이 감독은 “가부키라는 예술과 배우를 보여주기 위해 관객의 시점, 배우의 시점, 그리고 배우의 내면을 드러내는 시점에서 촬영했다”며 “특히 중압감이나 기쁨 같은 감정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클로즈업을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마주한 ‘출신과 정체성의 충돌’을 일관된 화두로 삼아왔다. 졸업작이자 데뷔작인 ‘푸를 청’(1999)은 제목부터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을 비하하는 표현과 겹치는 데서 출발한다. 작품은 한국학교(재일한국인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일본 사회 안팎에서 겪는 소속감의 혼란과 정체성의 균열을 그리며, 감독 자신이 경계인으로 살아온 경험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를 청’으로 피아필름페스티벌 4관왕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훌라 걸스’(2006)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을 휩쓸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증명했다. 이어 ‘악인’(2010), ‘분노’(2016), ‘유랑의 달’(2023)까지 그의 작품은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일관됐으며, 이러한 연출 세계는 국제적으로도 꾸준한 호평을 받아왔다. 그의 ‘경계인’ 화두는 신작 ‘국보’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가문 밖에서 온 천재 키쿠오라는 인물을 내세워 ‘혈통과 외부’라는 구도를 전면에 배치한다. 전통의 울타리 밖에서 내부를 응시하는 경계인의 시선이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투영된 셈이다. 상영시간은 175분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다. 이 감독은 “한 사람의 인생과 예술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서는 이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며 “중요한 것은 길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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