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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스(마크 앙드레 그롱당 분)의 눈물에는 슬픔과 분노, 혼란과 절망, 죄책감이 어지럽게 엉켜 있다.
생전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노인이 울고 있는 엘리아스에게 다가가 무슨 마음인지 다 안다는 듯이 따뜻하게 안아준다.
하지만 그 노인은 엘리아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의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다.
첫 장편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2018)로 제74회 베네치아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거머쥐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자비에 르그랑 감독의 신작 '후계자'는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패션 디자이너 엘리아스의 사정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르그랑 감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후계자'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이어지는 폭력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영화는 프랑스 파리에서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패션 디자이너 엘리아스의 화려한 패션쇼 무대로 시작한다.
패션쇼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패션을 주제로 한 영화라고 착각할 만큼 한참 동안 이어진다.
아름다운 의상들과 미학적인 무대 연출에 뒤이어 엘리아스의 모습이 등장하면 관객들은 자연히 그의 미간의 주름을 예술가의 고뇌와 연결 지어 바라보게 된다.
명품 브랜드 '자크뮈스'를 거쳐 '발렌티노'에서 여성복 전담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티보 쿤이 제작한 의상과 '생 로랑'의 패션쇼 음악을 담당해 온 뮤지션 세바스티앙이 만든 몽환적인 배경음악은 이 같은 효과를 극대화한다.
섬세함과 예민함을 넘나드는 패션 천재는 스트레스 속에 가슴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다.
의사는 가족력을 묻지만, 엘리아스가 아버지에 대해 아는 건 3년 전 뇌졸중을 앓았다는 점뿐이다.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연락을 취한 그에게 경찰은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려준다.
고향인 캐나다 퀘벡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장례를 준비하며 엘리아스는 아버지가 물려준 것이 심장질환이 아닌 그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것임을 알게 된다.
마트 앞에 주차된 아버지의 차 안에 가득한 식료품과 복용약, 너무 많은 두루마리 휴지, 잠긴 지하실 문 등 맥락을 유추하기 힘든 장면들이 교묘하게 튀어나오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영화 '웃는 남자'(2013)에서 주연으로 열연한 마크 앙드레 그롱당은 인생 최고의 순간에 최악의 사건을 맞이하는 엘리아스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12일 개봉. 112분 15세 이상 관람가.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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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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